시오노 나나미가 시기(선망)와 샘을 구분한 에세이를 쓴 적이 있는데, 간단히 말해 시기는 갖지 못한 사람이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이고 샘은 가진 사람이 그것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뭐, 이거야 이 사람 나름의 정의이지 우리말에 알맞은 것은 아니다.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로 말하자면 오셀로는 질투에 희생된 사람이고 이아고는 시기(선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사람이다. 그래서 오셀로에게는 자살이 허용되었으나 이아고는 처형당했다는 것이다. 덧붙여 <오셀로>에 대한 오손 웰스의 평가에서 "이아고는 임포텐츠였다"고 하니, 시기의 핵심은 발기불능이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다.
비속한 비유를 하자면, 서지 않는 남자가 서는 남자들을 보며 느끼는 것이 시기이고, 여자에게 인기가 많은 남편을 둔 아내가 남편에게 달라붙는 여자들을 보며 느끼는 것이 질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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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으로서 공화정에 대한 비전, 한 시민으로서 조국에 대한 사랑과 믿음, 문장가로서 수려한 문장의 소유자, 인간으로서 참된 친구이자 신사였던 키케로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왜곡당한 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역사속에 등장하는 쾌남들에 대한 중년여자의 음기섞인 애정의 시선을 알아차린 뒤론 그녀의 저작을 좀 더 귀엽게 읽을수 있게되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을 읽다보면 그녀가 싫어하는(혐오하는) 남성들이 세 부류로 나뉜다.
1. 무능한 자. 2. 무능하면서 허세만 가득한 자. 3. 지루한 사람.
그녀가 제일 싫어하는 이는 "지루한 사람"이라는 부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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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축구선수 지네딘 지단에 대하여 쓴 글이 로마인 이야기 뒷부분에 있다. 토티와 더불어 플레이메이커 시대의 마지막 DNA를 간직한 그가 유벤투스에서 뛰던 시절을 그녀는 축구에 미친나라 이태리에서 보았을것이고 (지단의 그 "유벤투스"시절 말이다. 이건 정말 대단하다.), 빼어난 피지컬을 이용한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전투적인 플레이와, 유연함을 갖춘 개인기, 혼자의 힘으로 경기를 뒤집고 팀을 움직일수 있었던 경이로움을 보고 백인대장이라 칭했다. 절묘하다. 아주 기가 막히는 비유다. 저런 말은 축구를 알고, 남자도 알아야 하며, 역사도 조금 알아야 나올만한 쫀득한 표현 아닌가. 글을 읽고나서 생각했다. "이 여자는 야하고, 그만큼 멋지다."
그 즈음부터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은 더 확실하게도 여성잡지에서 다룬 명배우들 열전이나, 회원제 클럽의 남자 에스코트들을 평가하는 글처럼 느껴졌다. 좋은의미로 더 즐거운 독서. 한니발, 아프리카누스, 술라, 그라쿠스 형제, 카이사르, 아우구스티누스, 메메드 2세, 로렌초 데 메디치, 체사레 보르지아,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시오노 나나미의 '게이친구' 포지션이고) 기타 등등 기타등등. 그녀는 역사와 연애하는 여자인 셈이다. 중고등학교 때의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알파메일에 대한 소년적 동경심으로 읽었다면, 지금 다시 읽으면 더 쏠쏠한 재미가 있다. 그녀는 확실히 좋은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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