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9, 2012

바하와 슈베르트



"내가 운전하면서 자주 슈베르트를 듣는 것은 그 때문이야. 질이 높은 치밀한 불완전함은 인간의 의식을 자극하고 주의력을 일깨워주거든. 어떤 종류의 불완전한을 지닌 작품은 불완전하다는 그 이유 때문에, 인간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소세키의 <고후>와 마찬가지로 슈베르트의 D장조 소나타에서는 인간이 영위하는 한계를 듣게 되지. 어떤 종류의 완전함이란 불완전함의 한없는 축적이 아니고서는 실현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는 거야."
-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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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감정이란 것이, 희.노.애.락으로 쪼개지고 구획되는 것이 아니라 점성강한 물감이 빠랫뜨에서 으깨어져 뭉개지듯이 번져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 세상은 명석성으로 베어져 손,오 위에 걸쳐져 세워지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슈베르트를 듣고 또 들었다.

 죽이고 싶은 만큼 사랑한다 같은 유치한 말들과, 몸으로 으깨지지만 그 와중에도 절대적으로 불가해하였던 질문들과, 처참한 생존권을 내걸고 벌이는 승산없는 파업소식을 라디오로 들으며 가죽시트에 몸을 밀어넣을 때 느끼는 안도감과 연달아 오는 죄책감 속에서, 슈베르트의 감정선은 번져 나갔다.

 바하는 어떤가, 그는 악보로 세상을 재정립하고, 논리로 정열하여 숭고미를 빚어내었다. 그 음악적인 정언명령 앞에선, 인간사의 모든 고난과 감정이, 신과 사도의 영광과 구원 모두 종속된다. 완벽하리만치 철저한 음악적 규율아래 삼라만상이 촘촘히 메달려진 그의 음악에서, 모든 것들은 질서로 수렴하였고, 질서는 아름다움이 되었다. 악보 밖, 거리와 궁궐에선 결코 세워질수 없는 가혹하리만치 절대적인 완벽함을 그는 음악으로 구현하였다.


바하는 동경하며, 슈베르트의 음악으론 동질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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