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20, 2012

박찬욱 - 청춘이여 안녕 中


 이훈을 만난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데이비드 보위 노래 제목처럼 딱 '5년' 그가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우리의 열광적인 청년 시절도 막을 내렸다는걸 우리는 알았다. 그가 남긴 낙서중에 이런 문장이 있다.

 "물어 보지도 않는데 서른 살에 죽을 거라고 잒 입방정을 떨더니만 정말 서른 살에 골로간 마크 볼란..."
 무인도에 한장만 가져가려면 고르겠다던 보위의 <지기 스타더스트 더 모션 픽쳐> 앨범에 수록된 로큰롤 자살엔 또 이런 말이 나온다

 "당신은 카페를 그냥 지나쳤지 너무 오래 살았다고 생각했으므로 먹지도 않았네"

 그런데 왜 그대는 96년 그날 밤 신촌에서 불이 나기로 되어 있던 '롤링스톤즈' 카페에 들어갔던건가. 이만하면 박찬욱을 충분히 가르쳤다고 생각하는가, 그대는? 화장됨으로써 두 번 불탄 이훈을 양수리 찬물에 띄어보내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때, 우리는 서로에게 중년 사내의 피곤한 눈빛을 발견해야 했다. 이제 정신차릴 때가 되었다고, 그동안 이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한테 너무 오래 끌려 다녔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 순간부터 이미 우리에게는 페라라고 뭐고 안중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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