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23, 2013

살인자의 기억법

짧고 간결하다. 김영하라는 음식이 있다면 정말 필요한 부분 부분만 모아놓은 미니 도시락같다. 생각보단 나쁘진 않았지만, 역시 김영하는 검은꽃이다. 검은 꽃의 에필로그는 너무 좋았다. 역사와 인생. 짖궂은 농담. 계속되는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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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이 왔어, 그 친구 과테말라에서 죽었다는 군'

박정훈이 편지를 전했다. 연수는 처음에는 입을 꾹 다물고 얘기를 들었으나 편지를 읽고 나선 울었다.

'여기 왔었군요'

박정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머리르 깎아주고 면도도 해주었소
연수는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리고 다시는 울지 않았다. 박정훈은 삼년 후 이발을 하다 심장마비를 일으켜 급사했다. 이연수는 박정훈의 돈으로 고리대금업을 시작 했다. 몇년 만에 그녀는 베라크루즈에서 아무도 넘볼 수 없는 큰 손이 되었다. 그녀는 곧 멕시코 시티로 올라가 극장을 겸한 술집 몇 개를 사들이고 무희들을 고용했다. 그녀는 유흥가의 거물로 성장해 어떤 자선사업도 벌이지 않고, 어떤 종교에도 의탁하지 않고, 오직 갈퀴처럼 돈을 긁어모으는 일에만 전념했다.

경찰과 행정 당국은 그녀에게 매출알선 혐의를 적용하려 여러번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하였다. 그녀는 75세의 나이로 멕시코 시티에서 죽었다. 모든 유산은 그녀의 아들 박섭이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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