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4, 2013

싱가폴에 대한 단상들 2

싱가폴은 철저하게 레벨별로 학생들을 나눈다. 학생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적으로 나눠지며 (이건 여느나라와 같지만) 그 경쟁과 그에 따른 결과가 중학교때부터 나타난다. 더불어 싱가폴 학생들의 성적은 하나의 히스토리化 되어 계속 주인을 따라다니게 되는데, 징병제인 싱가폴에서, 군에 입대하였을때의 병과배치또한 중고교 성적이 많이 좌우한다.

싱가폴 대학생들은 전쟁같은 입시를 통과하여, 다시 지옥같은 졸업까지의 경쟁레이스를 거쳐나간다. 이들은 공부를 매우 열심히하며, 싱가폴 국립대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면 기본적으로 영어나 중국어 둘 중에 하나는 완벽하게 구사하고, 나머지 한 언어도 능숙하게 다를 수 있을것이다. (대학생들과 몇번 대화를 해보았지만 다들 영어실력이 뛰어났다)

다만, 이러한 철저히 뜰채로 걸러내는 엘리트중심주의 교육에서 과연 전환적인 발상을 할 뛰어난 리더가 나올 수 있겠냐는 문제다. 아직까지 싱가폴은 매우 성공적으로 발전해왔고, 당분간 계속 그 지위를 누릴 수 있겠지만, 우회로가 차단된 이 사회가 주는 느낌은 매우 갑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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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은 리콴유가 30년째 넘게 독재를 해왔고, 퇴진 뒤 리콴유의 심복인 고촉통이 10년을 넘게 수상직을 수행하다가, 다시 리콴유의 아들인 리셴륭이 3대 수상짓을 하고 있으며, 싱가폴 최대 국영회사의 CEO는 리셴륭의 아내이자 리콴유의 며느리인 호칭이 맡고 있다.

처음보는 이방인에게 자국의 정치인들 욕을 자랑스럽게 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누가보아도 불합리한 자국의 정치제제에 대하여 말을 높이는 이는 없었다. 심지어 싱가폴 대학생들 조차도 의견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난양기술대학 네트워킹 자리에서 만난 외국인들이 이 현실에 대해 성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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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은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창이국제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호텔로 들어오면서 보인 거대한 빌딩숲들은 자신있게 말하고 있었다. 리콴유의 유교적 가부장적 리더십과 청교도적 국가통치관념도 유효했다고 지표와 통계는 말하고 있다. 성공적인 정책과 천혜의 지리 덕택에, 싱가폴은 반백년동안 엄청난 경제적인 성장을 해왔고, 인류사에 베네치아 다음가는 도시국가를 건설할수 있었다.

한국이 음식으로 치자면 끝모를 경쟁과 공포마케팅이라는 재료로 끓여내는 지옥 가마솥탕이라면, 싱가폴은 국가사회주의와 청교도주의로 서서히 중불로 익혀내는 음식이다. 둘다 그럭저럭 잘팔리고 있지만 치뤄야 할 값은 비싸며, 뒷맛이 조금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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