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5, 2012

김추자, 장진영



"..대학교 신입생 노래자랑에서 1위를 하였고, 그 해 신중현의 녹음실로 찾아갔다. 신중현은 김추자의 노래를 듣고 곡을 주었고, 1969년 데뷔 음반이 발표되었다. 가창력과 섹시한 춤을 겸비한 김추자는 197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고,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라는 유행어까지 생겼다"

"대부분 신중현이 작곡한 김추자의 음악은 신중현이 추구하던 한국적 록이었다. 사이키델릭 록처럼 당시 유행하던 트로트와 차별되는 현대적인 음악에 한국적인 요소를 섞은 음악이었다." - 위키피디아 김추자 항목 -



사람의 목소리는 경험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추억을 끌어당겨준다. 사람의 목소리에는 생명의 지문이 찍혀 있다. 이 지문은 떨림의 방식으로 몸에서 몸으로 직접 건너오는데, 이 건너옴을 '관능'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그러므로 내가 타자의 목소리를 들을 때, 나는 타자를 경험하는 것이다.

김추자는 어떤가. 김추자는 어지럽다. 김추자 목소리의 본질은 환각과 도발이다. 김추자의 여성성은 내연기관처럼 끊임없이 폭발하고 배기한다. 이 폭발의 절정이 음악적 기율로 통제될 때가 김추자의 가장 좋은 순간들이다. 사랑을 노래할 때 김추자의 목소리는 사랑을 손짓해 부르기보다는 사랑을 부르고 있는 자신의 내면을 가열차게 터뜨려버린다. 그래서 김추자의 노래는 상대가 없는 독백처럼 들린다. 이 독백은 맹렬한 독백이다. 이것이 김추자의 도발이다.


故 장진영이 김추자를 다룬 영화에 출연할뻔 했었다는 사실을 들었을때 매우 안타까웠다. 김추자의 광대와 장진영의 볼테가 서로 허물어져, 그의 영화에서 피어날 김추자를 상상했다. 매니저에게 소주병으로 얼굴을 찍히고, 안무와 가사로 인해 파견 간첩이라는 블랙코미디를 생산해냈던, 그 옛날의 김추자. (물론 그런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배우의 역량 보단 감독의 역할이 지대하니, 그런 결과물이 나오지 못하였을수도 있을것이다.) 장진영은 암투병으로 죽었고, 김추자는 아직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것이다.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