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12, 2014

변호인



 주인공인 변호사 송우석은 송강호의 연기로 캐릭터 자체만으로 큰 동력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내내 노무현의 잔영은 느껴지지 않았다. 실화를 바탕으로한 각본은 법정영화로 설득력을 가지고 노무현과 분리하여 보아도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송강호뿐만 아니라 오달수의 연기도 좋았다. 김영애의 연기는 티비드라마스러웠지만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곽도원의 연기도 좋았으나 제일 거슬리는건 조민기의 드라마스러운 연기였다. 이건 조민기의 배우로서의 역량의 문제이기 보단 각본의 드라마스러움이 더 컸으리라 생각한다. 덕분에 법정장면에서의 몰입이 더욱 힘들었다. 임시완은 곱상한 외모에, 연기까지 곱상하였다. 모나지는 않았으나 좋은건 아니었다. 송강호를 제외하고 가장 좋았던 연기는 정원중이었다. 생각엔 환갑이 다 되어가는 나이라 생각했는데 60년생. 오래활동하셔서 좋은연기 많은 곳에서 볼수 있길.

 문제는 음악이었다. 감정의 몰입도, 서사의 흐름도, 모두다 후지고, 흔해빠진 음악이 다 잘라먹었다. 웃긴 장면을 만들기 위해 코믹한 음악을 쓰고, 감동적인 장면을 뽑기위해 무거운 음악을 쓰고, 공포스런 장면을 만들기 위해 오싹한 음악을 쓰는건, 감독이 게을러터지고 무능하며 안일해서다. 치사하게 그러지 말아야한다. 내가 본 한국영화의 절반가량의 정도는 그런 오버하는 음악질만 빼면 훨씬 더 즐거운 관람이 될 수 있는 영화였다. 변호인도 그랬다. 덕분에 송강호가 피토하며 했던 읍소도, 수없이 깊은 용기와 희생을 필요로 했던 나라의 과거도, 한 개인으로서 감내해야했던 무지막지한 공포와 아픔도, 전부다 울컥, 하는 순간에 멈출수 있었다. 나름 감정선을 제어하기위한 고도의 술책인 것인가.

 (송우석이라는 캐릭터의 사실성과는 별개로) 송강호가 훨씬 키가 크고 잘생겼지만 노무현과 말하는 모습이 너무 같아서 놀랐다. 둘다 김해출신이고, 부러 송강호가 의도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송우석이 말하는 장면에서, 노무현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지만 부분부분 그의 모습이 보였던 적이있었다. 딱 한장면을 꼽을 수는 없지만 송강호의 틱틱거리는 듯한 경상도 말투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연설을 하던 노무현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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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10초부터)


"제 장인께서는 좌익활동을 하다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해방되는 해에 실명이 되셔서 무슨일을 얼마나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결혼하기전에 돌아가셨는데, 저는 이 사실을 알고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잘키우고 지금까지 서로 사랑하면서 잘 살고 있습니다. 뭐가 잘못됬습니까, 이런 아내를 지금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이있고, 이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여러분 이자리에서 여러분들께서 심판해 주십시오, 여러분이 그런 아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통령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신다면, 저 대통령 후보 그만두겠습니다"

그의 화법은 당선 후에 정치적 리더쉽엔 훨씬 더 많은 마이너스를 낳았지만, 이런 말하기의 자세가 없었다면 대통령 노무현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정면돌파다. 이것이 아내를 위로하고 그간의 세월을 같이 보낸 파트너쉽에게 정치인이 보여줄수 있는 가장 사내다우면서도 로맨틱한 태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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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게 만든건 노무현의 잔영이 크다. 다만 그 잔영을 더욱 짙게 만드는건, 지극히 욕망을 내비치는데 부끄럼이 없는, 품격과 명예가 없는 과거를 다시 생각해내게 만드는 오늘의 정권덕분이기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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