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24, 2013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 김동조

사람은 인센티브에 대해서 아주 정교하고 미묘한 반응을 보이며, 대개 그 반응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조금만 잘못된 인센티브 구조가 만들어져도 사회적 효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애초의 의도까지 왜곡된다.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인센티브 구조도 잘못 디자인되면 없는 것만 못하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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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는 스스로 인터넷 음원 판매를 하게 되면 그것이 저희의 음반 산업을 카니발라이즈(cannibalize)할 것을 우려했다. 엘지도 저희가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면, 자칫 기존의 휴대전화 모델을 카니발라이즈할지 모른다고 걱정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와 삼성은 스스로 카니발라이즈 하지 않으면, 다른 누가 대신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엘지와 소니는 틀렸고, 애플과 삼성은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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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판타지를 즐기는 기쁨은 잠깐이고, 사람은 다시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승민에게는 젊고 아름다우며 뉴욕에서 좀 더 넓은 아파트를 구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족을 둔 약혼녀가 있다. 비록 15년 만에 확인한 사랑이 아름답고 감동적이기는 하지만, 그런 약혼녀를 버리고 이혼녀가 되어 나타난 15년 전 첫사랑에게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승민은 이미 15년전에도 자신을 찾아온 서연을 외면한 바 있고, 남편을 잃고 혼자 아들을 키운 엄마를 놔두고 뉴욕으로 떠나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 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는 존재이고, 대개의 인간은 삶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들을 살펴보면 비교적 일관된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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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간 간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다. 취향에도 맞았고, 내용도 좋았지만, 몇권 씩 사서 친구들과 좋은 분들한테 선물하여 주고 싶은 책은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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