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edia.daum.net/netizen/mycomment/?cPageIndex=3&rMode=otherMy&allComment=T&userId=FrxunhuhUag0&daumName=%EC%B5%9C%EC%B4%88%EC%9D%98%EB%8B%A8%EB%B0%B1%EC%A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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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사용자 댓글. 읽자말자 왈칵 울었다. 이렇게 운건 오랜만이다. 정말 많이 울었다.
Apr 28, 2013
Apr 22, 2013
이동진의 영화산책 '선라이즈'
정은임의 영화음악에서 정성일이 쫓기듯이 무르나우의 선라이즈가 왜 그토록 위대한 영화인가를 말하는걸 들은이후로, 선라이즈는 한번 쯤 보고 싶지만 좀처럼 봐지질 않는 영화였다. 1920년대에 나온 무성 흑백영화를 컴퓨터로 보는건 힘든 일 아닌가. 헌데 그 선라이즈를, '이동진'이 영화를 다보고나서 한시간넘게 해설까지 해준다니, 이건 노가 난거다. 정말 계탄일이다. 저어 옛날 영화를 커다란 스크린으로 볼수 있다는건 부산시민으로 태어나 롯데자이언츠와 희노애락을 같이하는 것 만큼이나 축복.
큐브릭이나 타르코프스키같은, 영화의 공기한줌까지 제어해야만 발뻗고 잘 것같은 므루나우가 절대적으로 제어한 1920년대 버라이어티 무성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 3D나 IMAX를 잊고, 뾰족한 테크널러지를 잊고, 움직이는 사진으로의 영화, 순수한 몽타쥬. 이건 마치 조미료와 양념으로 범벅된 음식만 먹어오다가, 정말로 괜찮은 식당에서, 친절한 요리평론가와 같이 산나물 정식을 먹은 기분이다. 아티스트같은 짭퉁 흉내내기 영화를 보는거랑은 차원이 다르다. 현대식으로 정비된 영화관에서 영화가 곧 신화였던, 소유되지 않았던 시절의 탄성과 경이, 순수한 놀라움과 엑스터시를 상상하며 공유하는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정돈 해볼만한 경험이다. 정말 좋았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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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하나는 그러니까 일출이라는 뜻이 될 것이구요, 또 한 편은 뱀파이어의 이야기 노스페라투입니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라는 감독은 두 편 모두 그 장편 영화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오늘날에 본다면 60분 쪼끔 넘어가는 영화인데, 그러나 무르나우는 이 영화 속에서 영화의 가장 순수한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줍니다. 무성 영화 시절의 최고의 꿈이라는 것은 영화 속에서 자막을 전혀 쓰지 않고 카메라의 움직임과 인물들의 움직임, 화면 배치만으로 보여주는 영화를 찍어내는 것이 모든 영화감독의 꿈이었습니다. 이 꿈은 에이젠슈타인도 이루지 못했고 채플린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무르나우가 해낸 것입니다. 이 무르나우의 무성 영화는 영화의 모든 요소를 동원해서 소리 없는 이미지의 세계, 카메라의 흔들림과 그 섬세한 몽따쥬 공간만으로 말 그대로, 이것은 정말 과장이 아닙니다, 하나의 우주, 하나의 질서 그러니까 영화가 아니라면 그 어떤 다른 것도 될 수 없는 '절대 영화'의 세계를 마련해 냈습니다. 그래서 그 무르나우는 일출에서, 노스페라투에서 카메라가 영혼을 담을 수 있으며, 저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최근의 영화들은 테크놀로지가 정말 많이 발달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테크놀로지로도 담을 수 없는, 그러니까 영화 중에는 정신으로 만드는 영화가 있다는 것을 무르나우는 보여줍니다. 무르나우는 카메라에 영혼을 부여한 시네아티스트로 영원히 기억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성일 in 정은임의 영화음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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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한 날에 부산에 봄비가 내렸다. 작년,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일찍 개장한 탓에 물이새던 건물을 누수점검하다 직원한명이 떨어져 추락사 했다. 그 뉴스를 본 뒤로 비가올때 기네스에 등재되어 있다고 자랑스럽게 간판까지 걸어놓은 영화의전당 외팔보 지붕밑에 흐르는 비를 보면 마음이 이상해진다. 원래부터 개장과 동시에 물이 샌다고 엄청나게 욕을 먹은 건물이다. 하지만 이제 떨어지는 빗물을 보면 꼭 사람의 진액이 같이 섞여들어가 있는 거 같지않은가.
Apr 20, 2013
Apr 19, 2013
브랜치 리키
그를 아는 사람은 "야구에 미치지만 않았으면, 작가나 대통령 같은 더 위대한 사람이 되었을 텐데..." 라고 아쉬워 했다고 한다. 하지만 리키가 야구계를 선택한 것은 전 세계 야구의 엄청난 축복이었다. 리키가 없었다면? 물론 언젠가 스프링캠프는 도입되었을 것이고, 팜 시스템도 만들어졌을 것이고, 흑인 선수들도 뛰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굉장히 늦춰졌을 것이고 발전은 지체되었을 것이다. 혁신가가 위대한 이유는 남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니라, 남들이 다 아는 것을 먼저 해결했기 때문이다. 리키는 바로 위대한 혁신가였다.
Apr 16, 2013
차별의 특징
사람들을 개인으로 취급하지 못하고
그들을 그들이 지닌 장점을 토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대신 그들의 집단, 소속을 고려해서 그들에게 불이익을 주며
그들을 그들의 소속집단에 근거하여 도덕적으로 열등하다고 간주한다
Apr 15, 2013
영이 - 김사과
아빠가 술을 마시면 엄마는 욕을 하고 아빠는 엄마를 때리고 둘은 싸운다. 한 문장으로 쓰면 될 것을 나는 왜 이렇게 많은 문장을 쓰고 있나. 왜냐하면 백 문장에는 백 문장의 진실이 있고 한 문장에는 한 문장의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고통과 나의 고통이 다른 것처럼, 열시간의 고통과 십 분의 고통이 다른 것처럼, 백 문장의 진실과 한 문장의 진실은 다르다. 이것은 아주 고통스러운 광경이기 때문에, 한 문장-삼 초간의 고통이 아니라 천 문장-삼천 초의 고통을 안겨줘야 한다. 그래야만 당신도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읽는 과정을 원하지 않는다. 느끼는 당신을 원한다.
Apr 11, 2013
위험한 家系
1
그 해 늦봄 아버지는 유리병 속에서 알약이 쏟아지듯 힘없이 쓰러지셨다. 여름 내내 그는 죽만 먹었다. 올해엔 김장을 조금 덜 해도 되겠구나. 어머니는 남폿불 아래에서 수건을 쓰시면서 말했다. 이젠 그 얘긴 그만하세요 어머니. 쌓아둔 이불을 등을 기댄 채 큰 누이가 소리질렀다. 그런데 올해에는 무우들마다 웬 바람이 이렇게 많이 들었을까. 나는 공책을 덮고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잠바하나 사주세요. 스펀지마다 숭숭 구멍이 났어요. 그래도 올 겨울은 넘길 수 있을게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실거구. 풍병(風病)에 좋다는 약은 다 써보았잖아요. 마늘을 까던 작은 누이가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지만 어머니는 잠자코 이마 위로 흘러내리는 수건을 가만히 고쳐매셨다.
2
아버지. 그건 우리 닭도 아닌데 왜 그렇게 정성껏 돌보세요. 나는 사료를 한 줌 집어던지면서 가지를 먹어 시퍼래진 입술로 투정을 부렸다. 농장의 목책을 훌쩍 뛰어넘으며 아버지는 말했다. 네게 모이를 주기 위해서야. 양계장 너머 뜬, 달걀 노른자처럼 노랗게 곪은 달이 아버지의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이리저리 흔들때마다 나는 아버지의 팔목에 매달려 휘 휘 휘파람을 날렸다. 내일은 펌프 가에 꽃 모종을 하자, 무슨 꽃을 보고 싶으냐. 꽃들은 금방 죽어요 아버지. 너도 올 봄엔 벌써 열 살이다. 어머니가 양푼 가득 칼국수를 퍼담으시며 말했다. 알아요 나도 이젠 병아리가 아니에요. 어머니. 그런데 웬 칼국수에 이렇게 많이 고춧가루를 치셨을까.
3
방죽에서 나는 한참 기다렸다. 가을 밤의 어둠 속에서 큰 누이는 냉이꽃처럼 가늘게 휘청거리며 걸어왔다. 이번 달은 공장에서 야근 수당까지 받았어. 초록색 츄리닝 윗도리를 하나 사고 싶은데. 요새 친구들이 많이 입고 출근해. 나는 오징어가 먹고 싶어. 그건 오래 씹을 수 있고 맛도 좋으니까. 집으로 가는 길은 너무 멀었다. 누이의 도시락 가방 속에서 스푼이 자꾸만 음악소리를 냈다. 츄리닝이 문제겠니. 내년 봄엔 너도 야간고등학교라도 가야한다. 어머니. 콩나물에 물은 주셨어요? 콩나물보다 너희들이나 빨리 자라야지. 엎드려서 공부하다가 코를 풀면 언제나 검뎅이가 묻어나왔다. 심지를 좀 잘라내. 타버린 심지는 그을음만 나니까. 작은누이가 중얼거렸다. 아버지 좀 보세요. 어떤 약도 듣지 않았잖아요. 아프시기전에도 아무것도 해논 일이없구. 어머니가 누이의 뺨을 쳤다. 약값을 줄일 순 없다. 누이가 깍던 감자가 툭 떨어졌다. 실패하시고 나서 아버지는 3년 동안 낚시질만 하셨어요. 그래도 아버지는 너희들을 건졌어. 이웃 농장에 가서 닭도 키우셨다. 땅도 한 뙈기 장만하셨댔었다. 작은 누이가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다. 죽은 맨드라미처럼 빨간 내복이 스웨터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러나 그때 아버지는 채소씨앗 대신 알약을 뿌리고 계셨던 거에요.
4
지나간 날들을 생각해보면 무엇하겠느냐, 묵은 밭에서 작년에 캐다 만 감자 몇 알 줍는 격이지. 그것도 대개는 썩어 있단다. 아버지는 삽질을 멈추고 채마밭 속에 발목을 묻은 채 짧은 담배를 태우셨다. 올해는 무얼 심으시겠지요? 뿌리가 질기고 열매를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심을 작정이다. 하늘에는 벌써 티밥 같은 별들이 떴다. 어머니가 그만 씻으시래요. 다음날 무엇을 보여주려고 나팔꽃들은 저렇게 오므라들어 잠을 잘까. 아버지는 흙 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오셨다. 봐라. 나는 이렇게 쉽게 뽑혀지는구나. 그러나, 아버지. 더 좋은 땅에 당신을 옮겨 심으리시려고.
5
선생님. 가정방문은 가지 마세요. 저희 집은 너무 멀어요. 그래도 너는 반장인데. 집에는 아무도 없고요. 아버지 혼자, 낮에는요. 방과 후 긴 방죽을 따라 걸어오면서 나는 몇 번이나 책가방 속의 월말고사 상장을 생각했다. 둑방에는 패랭이꽃이 무수히 피어 있었다. 모두 다 꽃씨들을 갖고 있다니. 작은 씨앗들이 어떻게 큰 꽃이 될까. 나는 풀밭에 꽂혀서 잠을 잤다. 그날 밤 늦게 작은누이가 돌아왔다. 아버진 좀 어떠시니. 누이의 몸에선 석유냄새가 났다. 글쎄, 자전거도 타지 않구 책가방을 든 채 백 장을 돌리겠다는 말이냐? 창문을 열자 어둠 속에서 바람에 불려 몇 그루 미루나무가 거대한 빵처럼 부풀어오르는 게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날, 상장을 접어 개천에 종이배로 띄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6
그 해 겨울은 눈이 많이 내렸다. 아버지, 여전히 말씀도 못하시고 굳은 혀. 어느만큼 눈이 녹아야 흐르실는지. 털실뭉치를 감으며 어머니가 말했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신다. 언제가 봄이에요. 우리가 모두 낫는 날이 봄이에요? 그러나 썰매를 타다보면 빙판 밑으로는 푸른 물이 흐르는게 보였다. 얼음장 위에서도 종이가 다 탈 때까지 네모반듯한 불바라기 씨앗 처럼 동그랗게 잠을 잤다. 어머니 아주 큰 꽃을 보여드릴까요? 열매를 위해서 이파리 몇 개쯤은 스스로 부숴뜨리는 법을 배웠어요. 아버지의 꽃 모종을요. 보세요. 어머니. 제일 긴 밤 뒤에 비로서 찾아오는 우리들의 환한 가계(家系)를. 봐요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저 동지(冬至)의 불빛 불빛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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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삶에는 거친 언어가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시다.'
Apr 5, 2013
달리기와 수련, 하루키
"...달리고 있으면 그저 즐거웠다. 달리는 것은, 내가 이제까지의 인생을 사는 가운데 후천적으로 익혔던 몇가지 습관 중에서 가장 유익하고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된다."
"달린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유익한 운동인 동시에 유효한 메타포이기도 하다. 나는 매일매일 달리면서 또는 마라톤 경기를 거듭하면서 목표달성의 기준치를 조금씩 높여가며 그것을 달성하는 데에 따라 나 자신의 향상을 도모해 나갔다. 적어도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두고, 그 목표의 달성을 위해 매일매일 노력해왔다. 나는 물론 대단한 마라톤 주자는 아니다. 어제의 자신이 지닌 약점을 조금이라도 극복하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장거리 달리기에 있어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거의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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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달리기에 취미를 붙인지는 반년이 채 안되었고, 이제 겨우 10킬로미터 완주를 하고 하프코스에 도전하는 중이지만 하루키의 책을 읽다보면 공감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오늘은 정말 달리기 싫은 날인데 그냥 이쯤에서 접을까"라는 생각이나, "한시간, 두시간을 넘어 달릴 때 과연 대체 남들은 무엇을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은 꽤 했었거든요. 에세이집 앞부분에 있었던 저 구절을 보곤 척추아래쪽이 쩌릿쩌릿했습니다. 의식하진 않았지만, 운동을 싫어하는 내가 다른 스포츠보다 더욱 달리기에 애정을 둘수 있었던건 바로 자기 자신을 적(敵)으로 둔 달리기의 "향상"성 때문이었거든요. 5분을 채 못뛰고 지방덩어리를 벽돌처럼 온몸에 메달고 헐떡거리는 나를 이기고, 10분을 뛰고 땀이 범벅된 나를 이기고, 30분에서 포기하는 나를 이기고, 한 시간을 뛰고 무릎은 나무막대처럼 후들거리는 나까지 이기는, 이토록 명료한 수직성.
달리면 달릴수록 땅위에서 겸손해질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제가 인성이 고매하거나, 성격이 좋아서가 아니라, 땅을 밀고 박차 아주 잠깐이지만 공중에서 체류했다가 다시 지상으로 끌려오고만 마는 행위의 연속에서 저절로 머리를 조아리게 되는 겁니다. 처음 시작은 당당합니다. 육식동물처럼, 허리는 펴고 가슴은 쫙 펼치며, 시선은 또릿한 눈으로 전방에서 약간 더 위를 응시합니다, 잘빠진 자동차 내연기관처럼 장기는 움직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한계점을 돌파하면 척추는 수그라들고 시선은 점점 아래를 향합니다. 위엄있던 두 팔의 흔들림은 티렉스의 두팔처럼 겨우 상체에 붙어서 흐느적거리면서 터덜터덜걷습니다. 순례자입니다. 과거의 나보다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온몸을 쥐어짜내며, 머리를 조아리면서 도로에 자기를 투지해야합니다. 그래야지 과거의 나를 이기고, 좀 더 많은 땅을 밟을 수 있으니까요. 자신감과 근육의 율동에 맞춰 부풀어올랐던 응큼한 상상(달리면서 야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저만은 아닐겁니다)과 온갖 잡생각은 사그라들고, 그 공백을 생각의 부재가 메꿉니다. 헐떡거리면서 드리는 과거의 나에게 바치는 위로와, 현재의 나에게 가하는 격려이자 채찍.
달리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결국 대게는 보통 장거리 레이스는 정말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자기 자신과의 대결입니다. 건방졌던, 그런데도 열등감에 휩싸였던, 성격 더러웠던 나를, 살찌고 인상이 좋지 않았던 자기 자신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자기 자신을 긍휼히 여기게 할 수 있는 습관. 달리고, 헤엄치고, 밟고, 올라가면서 땀으로 체득하는 경험칙의 자기 반성입니다. 머리를 조아리고 땀으로 허옇게 번들거리는 몸통을 다시 땅위에서 떼어내는 수련. 사람이 철이 들고 나아진다는건, 허벅지 근육과도 조금은 연관이 있을거 같기도 합니다.
가장 기쁜 사랑시는 즐거운 편지, 가장 슬픈 사랑시는 가재미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메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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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 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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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의 즐거운 편지는 읽을수록 비단 사랑을 떠나서, 살면서 무언가를 열망할때의 기다림과 그 자세에 대한 낭만적인 위로같아져 더 즐겨읽게 된다.
문태준의 가재미를 읽다보면 파랑같은 날들에서 헤진 감정이 국수를 삶던 저녁에서 완전히 무장해제 되고만다. 아, 국수를 삶던 저녁이라니 - 그리고 다다른 그녀의 침대에서, 결국 생물학적 죽음을 조우해야하는 인간 본연의 숙명앞에 무력해지는 우리를 마주하게 되지않는가, 그래 우린 본연적으로 슬프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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